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총구가 그의 등골수를 푹 찌른다 이혁은 저도 모르게 뿌르르 서너 걸음
것만 같았다 그는 일찍이 전생애를 통해서 이 순간 같은 절망을 느껴본 적
그러나 이 선언은 불필요한 것이었다 눈을 부비고 본대도 어디가 어딘지
넓은 길이 터지게 흐르고 있었다 기폭과 플래카드가 물결처럼 넘실대고 있
세 번 총소리가 연거푸 났다 그러나 그 검은 그림자는 그대로 축대에 짝
제8장
그들은 장려도 했고 상도 주면서 사탕발림을 시켰던 것이다
사람이었다 해방 전까지는 아니 해방 후 일년 동안도 서정적인 시만을 써
슬퍼하는 눈물은 아니다 깊은 회한의 눈물이었다
그제야 보니 바로 길 옆에 폭격맞은 집 서너 채가 있었다 지붕도 없었다
는 것을 우리가 모를 줄 안다더냐? 나이는 마흔, 와세다 영문과 일년 중퇴,
꽃분이의 눈에서는 걷어들었던 눈물이 새롭게 다시금 주르르 흘러 내렸
어쨌든이놈아소리와 함께 소리가 났다
면 사고라던 놈의 말 그대로다 팔과 다리는 작대기와 함께 매어져 있었다
시골 조그만 동네가 내려다보이는 조그만 골짜기였다 나무도 제법 있었
이고만 있었다 끝내 재차 묻지를 못하고 숨을 죽이고 있으려니까, 다 잊어
자식들, 꼴 좋다…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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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 보름이란 그들에게는 완전히 한 세기였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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황해도 땅이라오
이 아름다운 산천과 빛과 향기를 공포와 어둠으로써 겹겹이 싸서 보지
당하고 마는 것이다 이인 삼각이 아니라 수십각의 다리가 제각기 움직인
도 두려워하지 않았었다 자기의 정체가 드러난다면 그들은 백배사죄하리라
지면 그들의 행렬은 또 죽음의 행렬이 계속되는 것이었다
쇠를 깍는 것 같은 소리였다 그러나 인제는 무딜 대로 무디어진 그들의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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